2015. 7. 24. 23:03 넬리쿠 NELLYCW
오랜만에 술을 좀 과하게 마셨나 봅니다. 언제나 그렇듯 집에는 무사히 도착하긴 했는데 좀 취했던거 같아요. 어젯밤 중국 친구들과 술마시고 있는데 중국에 잘들어갔는지 걱정이돼 어머니가 전화를 하십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흡연이 얼마나 몸에 해로운지에 대해 말씀하시네요. 어머니에게 한가지 소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제가 담배를 끊는겁니다. 그런 어머니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대답하지만 아직까진 감히 담배를 끊을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담배가 좋으니까요.

솔직히 저의 흡연량이 그리 많지도 않습니다. 직장생활 할땐 업무 스트레스도있고, 술자리도 많아 하루 두갑이상 피울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노력해 하루 한갑정도 입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줄일려고 노력하고있고 흡연자에게 좋은 음식도 챙겨 먹으며 건강관리를 나름 신경써서 하고있는데 그건 착한아들이 되고 싶어서도 아니고 오래오래 살고 싶어서도 아닌 단지 좀더 오래 건강하게 좋아하는 흡연을 이어가기 위함일 겁니다.


▲ James Dean

그런데 만약 나에게 흡연과 카지노 둘중에 꼭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아마 담배를 끊지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만큼 전 카지노를 너무사랑하고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서도 카지노가 사라지지 않는한 평생 즐기고 싶으니까요.

카지노중독? 맞습니다. 심한중독입니다. 이글을 보고 계시는 여러분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중독자입니다. 승률이 높은사람, 매번 기부만 하고오는 사람, 댓글은 거의 달지않고 눈팅만 하는 회원분들, 그리고 좋은글을 자주 올려주시는 선배님들조차도. 어떤분의 표현처럼 우린 모두 카지노에 미쳐있는 중독자입니다. 표현이 과했다면 죄송합니다.

홍콩에서 첫 사회생활을 할때 비교적 어린나이에 카지노를 접했습니다. 그로부터 햇수로17년 방문횟수도 100회는 넘을듯 하네요. 요사이 일이 바빠 한동안 소홀했지만 새로 생긴 브로드웨이도 가보고싶고 늦어도 이달 말쯤에는 일주일정도 시간을내어 갔다올 계획입니다.

생각해보면 이런 길다면 긴 게임경력에도 불구하고 실력이 그리 좋지도 못한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승률도 별로고, 돈이 많은것도 아니어서 남들처럼 넉넉한 시드로 시원시원한 배팅도 못하지요.

그래도 전 많은 시드로 크게 배팅하는 사람을 봐도 그렇고, 플뱅 잘맞추는 사람을 봐도 별로 부럽지가 않습니다. 오랜시간동안 자주다니다 보니 자연히 알겠더라고요, 카지노를 이길수 없다라는걸. 시드가 많다고 배팅을 크게 해봐야 손실만 커질뿐이고, 플뱅 잘마춘다고 해봐야 언젠간 잘맞춘만큼 틀릴수도 있을테니까요. 윈컷,로스컷,시스템,흐름,마인드컨트롤. 이런걸로 카지노를 이길수 있던가요? 아니요. 그냥 그나마 리스크를 조금 줄여주거나 게임을 좀더 잼있게 즐길수 있는 장치나 전략일 뿐이지 절대 카지노를 이길수 있는 해법이 아닙니다. 그런게 존재하지도 않고요. 이런말을 하는 저를 욕하실수도 있지만 인정하기 싫어도 다들 마음속에 어느정도씩은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제겐 게임에있어 그리고 살아가는데 있어 나만의 뚜럿한 가치관 같은게 하나 있습니다. 제 자신도 기특해하는 부분인데 그덕분에 지금까지 별탈없이 게임을 즐겨오고 있고 실생활에서도 나름 목표를 갖고 열심히 살고 있지요. 그런 목표의식과 나만의 독특한 가치관을 가지게 된데는 바로 오늘 얘기할 아주 오래전 홍콩행 일등석에서 만난 알콜중독 신사분덕분일 겁니다.

2000년으로 기억합니다. 홍콩에서 회사다닐때인데 한국에 잠깐들어왔다 회사에 급한일이 생겨 갑자기 홍콩으로 들어가야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마침 빈자리도 없고, 어쩔수 없이 일등석 티켓을 구매합니다. 물론 회사돈으로. 처음 타본 대한항공 일등석 참 좋더군요. 서빙되는 음식도 좋고, 자리도 널찍하고, 승무원도 왠지 더 이쁘고 세련되어 보입니다.


▲ 대한항공 기내식

그때 내옆자리에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40대중반으로 보이는 신사가 앉습니다. 탑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분이 자연스럽게 말을 겁니다. 홍콩에는 무슨일로 가는지,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지 물어봅니다. 좋아한다고 하니 잘됐다고 하며, 같이 한잔하자고 합니다. 그리곤 능숙하게 승무원을 불러 이것저것 서빙을 부탁합니다.

잠시후 얼음담긴 술잔과 함께 몇가지 미니어쳐 위스키가 테이블 위에 놓입니다. 우린 가볍게 건배를 하고 술을 마시기 시작합니다. 신사분은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서빙된 위스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줍니다. 그리고 술이 좀 들어가자 자기 살아온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 일본 도쿄 긴자거리

그의 살아온 이야기는 대충 이렇습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남. 중학교때 일찍이 술담배를 배움. 질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사고란 사고는 다처가며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망나니같이 삼. 집에서 이를보다못해 도쿄 어느 어학원에 등록시키고 그에게 1년치 생활비를 쥐어주고 일본으로 보냄.

정신 못차리고 일본에 간지 두어달만에 유흥비로 1년치 생활비 날림. 집에 도움을 청하지만 도움은 커녕 의절당함. 이에 충격을 받고 살아가기도 막막해짐. 무엇보다 좋아하는 술을 당장 사마실 돈이없어 슬펏다고 함.

어쩔수없이 닥치는데로 일자리를 구하게되고 일본어를 못하면 그마저 구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어학원에도 열심히 다니기 시작함. 낮에는 학원에서 수업을 받고, 술을 좋아하지만 생활비가 부족해 일끝나고 콘비니에 들러 싸고 양많은 싸구려 위스키를 사가지고돌아와 마셨다함. 그리고 결심함. 돈 열심히 벌어 마시고 싶은 술 실컷 마시고 살겠다고.

그때부터 알바일도 공부도 열심히해 와세다대에 진학함. 대학에 들어가서도 학업에 충실해 좋은 성적 유지,담당교수의 눈에들어 국비장학생으로 영국으로 유학감. 영국에서 돌아와 아버지께 용서를 받고 아버지 도움을 받아 사업시작. 열심히 일한덕에 지금은 비교적 성공한 사업가가 됨.

그렇게 한참 자기 살아온 이야기를 하다 손에든 술잔을 보며 진진하게 말합니다. 나는 술을 정말 좋아하지. 주변에서 이런 나를 보고 알콜중독이라고들 하는데 머 어떤관점에선 그럴수도 있겠고. 근데 재밌는게 내가 어느정도 성공했다면 성공한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이녀석의(술) 힘이 컷다는 거야. 일본에서 콘비니의 싸구려 위스키라도 실컷 마시고싶어 난생처음 힘든 일을하기 시작했고, 싸구려 위스키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 어느순간 10~20만원대의 술을 마실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지.


▲ 로얄살루트 62건살루트

그런데 이번엔 30만원대 술이 마시고 싶은거야. 그래서 더 열심히 일했어, 그리고 30만원대의 술을 마시게되었고 그뒤로 40, 50, 70, 100 이렇게 한단계씩 업그레이드 해가며 지금은 한병에 200만원하는 로얄살루트 62건살루트라는 위스키를 즐겨미시는데 경제적 여유도 그렇고 충분히 그정도 마실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네. 좋은 술이지. 이술을 마시기위해 참 열심히도 살아왔고 말이야.


▲ 맥켈란1946

그리고 지금은 한병에 500만원하는 맥켈란1946라는 술을 마음에 두고 있는데 지금도 무리해서 어쩌다 사마실정도의 금전적 여유는 되지만, 아직은 내가 그럴자격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참고 있네. 물론 언젠간 500짜리 술을 마실수 있는 그날이 올거라 믿고 그날을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네

그리곤 나보고 자기가 술을 좋아하는것처럼 먼가를 미치도록 좋아하는게 있느냐고 묻습니다. 그때 한창 카지노에 빠져있던때였는데 아마 카지노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아 아직 특별한게 없다고 대답한거 같고.

그런 나에게 신사가 마지막으로 말합니다. 젊은 친구에게도 먼가 좋아하는게 있을거네. 없으면 하나쯤 갖도록 해보고. 그리고 목표를 정해봐. 처음부터 너무 크게 잡으면 힘들수도 있으니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때그때 너무 멀지 않은곳에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두고 그걸 이룰려고 노력해봐. 동기부여 하는데 큰힘이 될걸세. 성취감도 생기고 말이야.

그렇게 그신사와의 짧은 만남은 끝이나고 언제 만나 술한잔 하자며 명함을 거내주셨지만 명함지갑을 분실하는 바람에 다시는 그분을 만날수 없었습니다. 그런 그 신사분과의 만남은 천천히 기억속에서 잊혀지고 일상으로 돌아와 평소와같이 홍콩에서의 회사생활을 이어갑니다. 물론 주말이면 도신을 꿈꾸며 마카오를 들락거리고 있습니다.


▲ 홍콩

그곳에 다니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알게됩니다. 제임스, 스티븐이라는 홍콩인 프로겜블러급 고수도 있었네요. 리스보아에서 90년대초 작은시드로 하룻밤에 100억정도를 이긴 살아있는 전설속의 인물(한국인)도 친분은 없지만 가까이서 보았고, 매번 큰돈을 들고 들어와 크게 게임을 하시던 한국에서 큰사업을 하신다는 대머리 사장님도 있었네요.

그런데요 지금은 그런 사람들을 더이상 만날수도 없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한명한명 사라져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카지노의 무서움도 알게되고 그래도 꿋꿋이 마카오를 다닙니다. 그러다 한때 슬럼프에 빠져 연패가 계속되는 시기가 있었는데 매번 크지않은 시드였지만 그돈을 만회할려는 생각에 한번은 그동안 다달이 모아둔 목돈을 들고 승부를 볼까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합니다. 근데 두렵더군요. 돈이야 다시벌면 되겠지만 더이상 좋아하는 게임을 못할까봐서요.

그때 문득 일등석에서 만났던 알콜중독 신사의 말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한달에 2만불도 되지않는 월급을 받는 내가 과연 홍딸 20만불이 넘는 시드를 가지고 게임할만한 자격이 되는지 아닌지를.

그리고 그때부터 차근차근 목표를 세웁니다. 마치 알콜중독 신사가 좀더 비싸고 좋은 술을 마시기 위해 노력했듯이 내가 좋아하는 카지노를 대상으로 삼고 적정의 시드머니를 늘려가는 그런 목표를요. 한달기준 수입대비 잃어도 되는 금액을 설정합니다. 그리고 철저히 생각해둔 잃어도 되는 범위안에서만 게임을 합니다. 마카오를 가는 횟수를 줄이고 그시간에 내 능력을 키우기 위해 그리고 몸값을 높이기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꽤 좋은 대우를 제시받고 심천으로 이직 합니다. 물론 나의 적정 시드머니도 높아가고요.


▲ 마카오 갤럭시

어쩌면 좀 유치하지만 카지노 시드머니 불리기라는 목표를 갖고 열심히 살아온 덕분에 지금은 예전에 비해 여유도 많이 생기고 적정시드머니도 커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더이상 큰돈을 들고가진 않게 되더군요. 하면할수록 카지노의 무서움을 알아가서 그러는건지 카지노에서 돈따올 승부욕이 작아져서 그런건진 몰라도 좋은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도 가끔 대박나는 상상도해보고 언젠간 100만불짜리 게임을 꿈꾸고 있긴 하지만요. 겜블을 좋아하는 우리모두 게임을 위해 그곳으로 떠나기전 오래전 제가 만났던 알콜중독 신사분이 말한자격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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