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17. 14:06 넬리쿠 NELLYCW
2015년 11월 24일 밤 10시 필리핀 마닐라의 'COD'(City Of Dreams) 카지노. "한국인이시죠? 저는 부산서 왔어요." 흰색 티셔츠를 입은 깡마른 남자가 블랙잭 게임을 하는 한국 관광객 옆에 달라붙어 말을 걸었다. 관광객이 돈을 따면 더 신난 것처럼 보였다. 재떨이를 갖다주고 음료수가 떨어지면 대신 종업원을 불렀다. 그렇게 30분쯤 관광객 수발을 들던 남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돈을 다 잃어 비행기표 값이 1000페소(약 2만5000원) 모자라는데 도와달라"고 했다. 원하던 돈을 얻자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하지만 그가 향한 곳은 다른 게임기 앞이었다.


▲ 필리핀 마닐라 COD 호텔 카지노



나흘 뒤인 28일 밤 마닐라의 솔레어 카지노에서도 50대 한국인 남자가 주위를 서성거렸다. 그는 "500페소만 빌려주실 수 있겠느냐"고 했다. "사실 마닐라에 온 지 3개월 됐는데, 돈이 다 떨어졌어요. 하루 자는 데 200페소, 먹는 데 300페소가 드는데 좀 도와주시면…."

필리핀 카지노에 도박하러 왔다가 가진 돈을 다 날린 뒤 현지 카지노들을 서성대며 '구걸'로 연명하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솔레어 카지노에서 만난 남자의 말에 따르면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마닐라의 호텔 카지노는 6~7군데다. 이들 카지노 주변에서 100명 넘게 이런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로 마닐라에서 유흥가가 밀집해 있는 말라테 지역의 허름한 여인숙에서 지낸다고 한다. 이런 여인숙들은 과거 필리핀 선원들이 묵던 숙소다. 1박(泊)에 120~180페소면 몸을 뉠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이미 국내에 있는 가족이나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려 쓸 만큼 쓴 상황이어서 돌아갈 비행기 삯은커녕 끼니를 때울 돈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인숙 방세도 못 내는 이들은 노숙자 쉼터로 흘러든다. 마닐라에서 한국인 노숙자 쉼터를 운영하는 '필리핀 112'의 이동활 대표는 "최근 5년간 150명쯤 되는 한국인이 노숙자 쉼터를 이용했는데, 상당수가 도박 폐인"이라 했다.

아예 바카라 게임을 직업으로 삼는 '생바'(생계형 바카라) 도박꾼도 적지 않다. 이들은 호텔보다 저렴한 아파트나 빌라를 잡고 매일 카지노로 출근한다. 이들은 하루 1만페소(25만원)를 따면 그날 게임을 접는 등 나름의 '업무 수칙'을 갖고 있지만, '생바'로 성공한 사람은 찾기 어렵다. 대부분 두세 달 만에 돈을 다 잃고 빈손으로 귀국하거나 관광객에게 빌붙어 산다.

'도박 폐인'들 가운데는 여자들도 있다. 이들은 해외 원정 도박을 왔다가 돈을 다 잃은 뒤, 몸을 팔아 번 돈을 들고 도박장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마카오에선 이런 여성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카지노 에이전트 신모씨는 "마카오의 MGM, 샌즈, 갤럭시 등 호텔 카지노 주변을 배회하며 한국인과 중국인을 상대로 매춘을 해 번 돈으로 도박을 하는 여성들이 꽤 있다"고 했다. 마닐라에선 관광객들에게 한국인 매춘부를 소개해주는 '보도방'도 생겨났다. 마닐라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박모씨는 "원정 도박을 온 이들 가운데는 필리핀 여성보다 한국인 파트너를 찾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했다.


▲ 한국인 원정도박 실태



해외 도박을 하는 한국인은 한 해 22만6000명, 도박에 쓰는 돈은 2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경희대·닐슨 컴퍼니 코리아 조사, 2011년 말 기준)됐다. 마카오(18만5000명)와 필리핀(3만8000명)을 찾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당국은 4년 전보다 원정 도박자 수가 훨씬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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